마다가스카르에서 돌아온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난 사진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하드에 숨겨 놓은 사진들을 풀어낼 자신이 없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사진을 보는 것도 그 사진을 골라 코멘트를 다는 것도 어렵다.
세월이 더해질수록 사진이 어렵고 아프게 다가온다.
한 장의 사진을 선별하는 작업은 내 안에 박힌 가시를 뽑는 것 만큼이나 신중하고 두렵다.
컴퓨터에 있는 사진을 보는것 조차도 힘이든다.
나에게 사진은 뭘까?
너무나 쉽게 찍어왔던 지난 날들의 자유로움이 나에겐 없다.
그래서 더 사진을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들 나처럼 변해가는걸까?
오늘 오랜만에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한참을 보고있는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왜 그런걸까?
아이와 함께 바다를 걷는 나를 상상한다.
마다가스카르의 바다는 어머니의 품을 담았다.
차갑지도 않고 거세지도 않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나를 반긴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은 아이를 보면서 그 시절 내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차가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게 아니라 뜨거운 심장을 누르는 것이다.
오늘 이 사진을 꺼내고나면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마음 펀하게 작업을 할 지 모르겠다.
내 스스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알 수 없는 그 먹먹한 기다림의 시간.
-마다가스카르에서, 지금은 청파동
[출처] 심장의 언어 |작성자 신미식 |2016.07.08
https://blog.naver.com/sapawind/220756890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