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를 짜서 파는 곳을 통칭 마스라(maasra)라고 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집집마다 수확한 올리브를 가지고 방앗간으로 가져갑니다. 가정에서 먹을 올리브유를 짜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동네 방앗간 마당에는 기름을 짜고 남은 올리브 찌꺼기가 수북하게 쌓이면서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위 사진은 갓 짜낸 초록 올리브기름입니다. 남부 사람들은 왠만하면 가족마다 올리브 농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마트에서 파는 올리브유를 잘 사 먹지 않습니다. 어떤 올리브로 짰는지, 정말 올리브유인지 믿기 어렵다면서요. 마치 집집마다 참기름 들기름을 방앗간에서 짜서 먹던 한국의 시골 풍경 같습니다.
올리브유를 짜서 파는 곳을 통칭 마스라(maasra)라고 합니다. 시내에서 10km 떨어진 마스라로 가 보았습니다. 튀니지의 마스라에 가면 탁자에 놓인 빵을 볼 수 있습니다. 올리브유를 시음할 때 찍어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빵 또한 맛있어서, 자꾸 뜯어먹게 됩니다.
요즘 대부분의 마스라에서는 거의 전 과정을 기계로 합니다. 잎과 가지를 골라내고 으깬 다음, 기계로 돌리고 눌러서 물과 기름만 추출하고, 과육과 수분을 가라앉힌 후 올리브유만 따라냅니다. 아주 시골에 있거나 사장이 전통 방식을 선호하는 마스라의 경우, 낙타나 당나귀를 이용해서 커다란 돌로 올리브를 으깬 뒤 거친 풀과 천을 엮어 만든 필터에 올리브유를 거르기도 합니다.
튀니지 사람들은 잘 익은 검정 올리브와 아직 파릇한 초록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유의 용도를 달리해서 사용합니다. 초록 올리브를 짠 기름은 파릇파릇한 향과 톡 쏘는 맛을 자랑합니다. 품종에 따라 쓴맛이 나기도 합니다. 산미가 있어 pH도 조금 낮다고 하네요. 갓 짠 초록 올리브유는 만병통치약이라 불린답니다. 다만 변질이 되기 쉬워서 구입 후 빠른 시일 내에 먹기를 권합니다. 너무 오래 두면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샐러드에 뿌리거나 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많이 씁니다. 검정 올리브를 짠 기름은 좀 더 순한 맛이지만, 올리브유 특유의 풍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안정성이 있어서 어둡고 서늘한 곳에 저장하고, 굽거나 볶는 요리를 할 때마다 쓰는 기름이랍니다. 두 기름을 섞어서 팔기도 합니다. 커다란 저장통 3개가 보이시나요? 사람들이 용도에 맞는 올리브유를 사도록 분류한 것입니다.
질 좋은 기름을 사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남성들이 장을 보는 것이 튀니지에서는 일반적인 풍경입니다. 보통 20L들이 큰 통에 채워서 판매하지만, 손님들이 소량으로도 살 수 있도록 세척한 페트병을 구비해 놓습니다. 갓 짠 초록 올리브 압착유가 제일 비싼데요, 1L에 10튀니지디나르(4,000원 정도)입니다.
튀니지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11월 후순부터 2월 초까지, 남부에서 올리브 따기와 갓 짠 올리브유 시음을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