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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에세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2012년 촬영 2013년 촬영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 가족. 가장 밝은 웃음으로 행복을 느끼게 한 가족이다. 그러나 이 가족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이토록 밝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큰 장애를 갖고 있다. 제대로 걸음을 걸을 수 없는 상태다. 두 손과 두 발로 기어다녀야만 하는 사람. 지난해 이 가족의 사진을 촬영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었다. 이들의 삶이 궁금해서 이번엔 꼭 찾아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선물들을 챙겨갔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가족촬영을 하러 오셨다. 사실 지난번 촬영한 가족들은 다시 촬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아마도 형편이 어려워서 다시 선정된 것 같다. 사진촬영하는 장소와 집의 거리가 궁금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여전히 밝은 웃음으로 촬영에 임한 가족의 모습. 지난해와 다르게 막내가 한명 더 늘었다는 것이다. 숙소에서 사진을 프린트하는데 여인의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슬픔, 그런건가? 자꾸 바라볼수록 슬픔이 느껴진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네명의 자녀를 낳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키우며 살았을까? 촬영을 마치고 시다모에서 예가체프로 떠나는 날 가족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집을 찾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예가체프에서 마치고 돌아오는 날 만나기로 하고 예가체프로 떠났다. 그리고 돌아온 시다마에서 이 가족의 집을 찾았다. 나는 가족사진 촬영 장소와 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먼 거리에 있는 작은 방한칸의 흙집이었다. 예고없이 찾아온 우리를 보고 나오신 여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집안으로 초대 받아 들어갔다. 나는 가장 먼저 방안에서 지난번 촬영해준 가족사진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촬영해 준 사진이 어디있나요?" 통역으로 물어본 내 대답에 큰딸이 옆집에서 액자를 가져온다. 아니 왜 옆집에 액자가 있는지 물었더니 자기들에게 소중한 재산인데 집에 두면 잃어버릴까봐 외출할 때는 옆집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여인에겐 남편이 없다. 그래서 집을 지킬만한 능력이 없단다. 한 장의 작은 사진을 재산으로 여기는 사람들. 가족의 생활이 궁금했다. NGO단체의 도움과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다른 집과 달리 가장 깔끔하고 밝게 키우는 어머니의 모습. 그런 모습이 더 마음 쓰였는지도 모른다. 한달에 월세가 우리돈으로 4,500원인데 NGO에서 8달치 월세를 지원 받았다고 한다. 그마저도 이번달이면 끊기는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 상의 끝에 이 가족에게 5년치의 월세를 NGO를 통해 전달했는데 통장을 만들어 저축해 놓았다고 한국에 돌아와서 연락을 받았다. 적어도 5년까지는 집이 없어 걱정하는 일은 없을것이다. 결국 이 돈은 후원해준 분들의 마음이 함께 한 것이다. 집안을 둘러보니 작은 메트리스가 있는데 상태가 형편없었다. 시장에서 이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메트리스를 구입해 선물했다. 나눔은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이 가족에게 나눈 이 귀한 선물들은 나를 믿고 보내준 후원자들이 느껴야 할 행복이다. 돌아와서 다시 여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휠체어다. 늘 기어다니면서 봐야만 했던 세상의 풍경을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에티오피아에서 휠체어를 알아보고 있다. 준비되면 바로 여인에게 보낼 계획이다. 우리에겐 아직 나눠야 할 대상들이 너무나 많다. 그 나눔을 통해 우리는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족한 나를 믿고 마음을 모아준 그 귀한 정성과 사랑에. -에티오피아에서, 지금은 청파동 PS : 한가지 더 기쁜일은 이 가족을 위해 한달에 50,000원을 평생 기부하기로 한분이 있습니다. 적어도 이 가족이 먹고 사는 걱정은 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세상은 참 살만한 것 같습니다.....^^ [출처]사랑하고 또 사랑하고|작성자 신미식 | 2021.04.11 사진작가 신미식 블로그 blog.naver.com/sapawind/10166196505